오늘은 미국의 첫인상에 대해서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미국에 간 것은 이번이 첫번째가 아니었습니다. 두 살 때 부모님을 따라서 미국에 6개월 정도 산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사실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에, 이번이 실질적으로 미국의 첫 인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원 석사 입학은 보통 9월 초에 하는데, 저는 최대한 빨리 가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 처음 가보는 거기 때문에 적응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또 박사과정에 대한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학교 교수님들과 컨택을 하고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일찍 들어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들어갈 수 있는 기간은, program start date에서 30일 이전이라고 합니다. 제 프로그램 start date이 2014년 9월 1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30일 이전인, 7월 31일날 들어가서, 8월 1일부터 기숙사를 신청하였습니다. 다행히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갈 때 united airline을 탑승하였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유해서 필라델피아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근데 제가 싼 비행기편을 예약하다 보니깐, 도착하는 시간을 신경쓰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난 후 보니깐, 새벽 한시에 도착을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보통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기 마련인데, 제가 필라델피아 공항에 내려서 새벽 한시에, 짐을 찾고, 그때 짐이라고 해봤자, 저는 가방 하나에 캐리어 하나가 다였습니다. 지금이랑 비교해보자면 완전 미니멀리스트 그 자체였죠. 여튼 짐을 찾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보려고 하는데, 공항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아요. 주위에 일하는 사람도 별로 안 보이고, 승객도 거의 없어서, 말 그대로 정말 멘붕에 빠졌었습니다. 거기다가 시간도 새벽 한시 도착이라서 짐을 찾고 나니깐 새벽 두 시 정도 되었었고, 정말 어떡해야되나 어리버리하고 있을 때, 그 당시는 또 2014년이라서 인터넷도 지금처럼 잘 되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핸드폰도 한국에서 막 와서 터지지 않던 시기였구요.
그렇게 어리버리 타고 있을 때쯤에, 갑자기 어떤 덩치 크신 흑인 분이 저한테로 오시더니, 따라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따라갔습니다. 그 분이 큰 밴 앞에 서서 저한테 타라고 하고, 저한테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제가 가야 할 기숙사 주소를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밴에 타고 가던 중, 오만 생각이 다 들더군요. 아.. 왜 도착 시간을 생각 안하고 막 예약 했을까. 또 그 때 처음으로 미국으로 가던 때여서, 꽤나 현금을 많이 들고 갔는데, 분할 한다고 캐리어도 좀 넣고, 가방에도 좀 넣고, 그랬었는데, 이거 뺏기면 어떡하지..? 생각하면서 불안해 하던 와중, 기숙사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살았던 기숙사 이름은 Sansom Place west 라는 기숙사였는데, 대학원생 기숙사였는데 한달에 950불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환율이 많이 비싸지만, 그 때 당시의 가격으로는 100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서도 기숙사에 살았는데, 그 때 120만원에 한 학기를 할고, 아침 저녁으로 석식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아 정말 미국은 비싸구나라고 느꼈었습니다.
여튼 흑인 드라이버한테 돈을 주고, 그때까지만 해도 팁을 어떻게 줘야되는지 감이 없어서 고민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버를 타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제 기억으로 2014년에는 우버가 딱히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버가 된다고 하여도 일단 핸드폰이 되지 않아서, 우버를 탈 수도 없었겠죠.
짐을 끌고 제 방으로 올라가니, 10층 정도 됬던것으로 기억 하는데, 희한한 구조였습니다.
원룸이 있고,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을 반대편 두 방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에는 반대편 문을 잠가놓고, 비어 있을 때에는 잠가놓은 문을 젓가락을 사용해서 딸 수 있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대가 있었는데, 침대에는 베개와 이불 없이 그냥 매트리스만 있었습니다. 이게 미국의 기본 세트 인 듯 했습니다. 일단 너무 졸려서 짐을 대충 풀고, 자고 일어났는데, 배가 고픈데 어디로 가서 뭘 먹어야 될지를 몰라서, 아래 경비실에 물어보니,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맥도날드가 하나 있다고 해서 그리고 갔습니다. 근데 맥도날드에 들어가서도 좀 많이 놀랐던 게, 맥도날드 안쪽에 좀 노숙인분들 처럼 보이는 분들이 약간 자리를 하고 있고, 주문을 하려고 갔는데, 알아듣질 못하겠는 거 였습니다.
주문을 받는 분들도 흑인 분들이었는데, For here or to go? 이걸 빠르게 말하니깐, 도저히 알아듣지를 못하겠더라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시켜서 맛있게 햄버거를 먹고,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한 달 동안 학교를 돌아다니고, 다른 한인 사람들을 만나서 저녁도 먹고, 점점 필라델피아에 적응 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유펜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도시 안에 학교가 녹아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그냥 거리를 운전하다 보면, 옆에가 로스쿨이고, 옆에가 경영관이고, 옆에가 재료공학관, 이렇게 되어있고, 딱히 학교가 어디가 정문이고 펜스가 있고 이런 학교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학교를 보지 못해서, 상당히 신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거의 십년 전 일이네요. 미국에 가기 전에는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별게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어디서나 한국어가 통했던 한국보다, 영어를 할 줄 암에도 불구하고도 거리낌없이 나오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고, 그 누구도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면 갈수록 뼈져리게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